멜로우 시키호르!

서핑하는 분들은 부드럽고 적당한 사이즈의 파도가 오는 날 “오늘 파도가 아주 멜로우 하구먼!”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더라고요. 산들바람 맞으며 흔들림 없는 파도 위를 보드 하나에 의지해 달리다 보면 “멜로우!”라는 단어를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오늘은 시키호르에서 만난 멜로우 모먼트를 공유합니다:)

조식을 먹습니다. 일상과 연결된 것 같지만 여유롭고, 활기찬 것 같지만 어딘가 차분한 그 감각. 그야말로 여행 중에만 느낄 수 있는 그 감각을 좋아합니다.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해도 술자리에 참석하는 사람처럼 배불리 먹지 못해도 조식 시간은 놓칠 수 없죠.

시키호르에 머무는 나흘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노을과 함께 했습니다. 흐린 날도 해 질 녘이 되면 마법처럼 하늘이 열렸죠. 적당히 깔린 구름은 오히려 노을을 더 멋지게 만들어 줍니다.

시키호르에 처음 도착했을 때 항구에서 차를 빌리고 곧장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보홀에서 넘어온 우리에게 시키호르의 도로는 너무 잘 정돈되어 있고 거리는 쓰레기 없이 깨끗했어요. 차들은 성급하지 않고, 바람 받으며 흐르는 배처럼 여유롭게 달리고 있었어요. 노을 지는 해안 도로에서 우리는 한 가족을 만났고 손을 흔드는 것으로 시작해 장난을 치고 하트를 주고 받은 뒤 헤어졌어요.

그리고 도착한 해변.

넓고 부드러운 해변에 깔린 엄청난 노을을 배경 삼아 동네 아이들이 뛰어놉니다. 우리에겐 경이에 가까운 것이 그들에겐 일상의 일부라는 사실이 부러움과 동시에 저 다정한 모습 덕분에 경이에 압도되지 않고 친숙하게 이곳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고마웠어요. 우리는 도착과 동시에 시키호르 트립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진서쌤은 운동을 쉬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몸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는 것. 바다에서는 바다에 맞게, 산에서는 산에 맞게, 숲에서는 숲에 맞게 몸을 쓰다 보면 마음도 장소와 환경에 맞춰 동화됩니다. 오감으로 느끼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을 환경에 녹여내면 바다가 되고, 산이 되고, 숲과 강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모두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세상을 오래오래 누리고 즐기길 바랍니다.

세부나 보홀에 비하면 시키호르는 인프라가 부족한 섬입니다. 심지어 조금 저렴한 숙소를 예약하면 단수가 될 수도 있으니 물을 아껴 써 달라는 요청을 들어야 하죠. 하지만 훨씬 더 감각적인 섬인 것은 분명합니다. 효율과 편리를 제공하면 사람들은 비용을 지불합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더 쉽게 지갑을 열죠.

하지만 효율과 편리에 집중된 서비스는 결국 정체성과의 타협을 야기합니다. 쉽게 말해 돈이 되는 것만 하다 보면 다양성은 사라지고 다양성이 사라지면 재미가 없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키호르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또 발현하며 운영되는 가게가 많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시쳇말로 ‘힙하다’라고 표현하죠.

 

시키호르에는 그런 힙한 장소들이 많습니다. 많이 벌기 위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진열하는 것이 아닌, 본인들의 정체성을 토대로 서비스와 규칙을 만들고 운영하는 곳이 많았어요.

베럴라비다가 지향하는 모습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왜, 하고 싶은지 명확히 알고 나아가는 것이 베럴라비다에겐 가장 중요한 문제예요. 규모는 작지만 깊은 산속에 정체성을 지키며 운영 중인 카페는 우리에게 영감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언젠가 어떤 섬에서, 셋을 넘어 넷, 넷을 넘어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우리와 함께 요가를 했던 분들, 우리와 함께 프리다이빙을 했던 분들이 모두 모여 숙소로 돌아가는 모습을 꿈꿔요. 숙소 입구에는 “BETTER LA VIDA”라는 간판이 걸려 있으면 더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