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네 과실로 만든 와인. 에어컨 대신 세피아톤으로 돌아가는 선풍기. 정갈한 부엌과 거실로 스며드는 아침햇살. 커피 한 잔 놓아두고 가볍게 나누는 대화와 짧은 독서.
언젠가부터 여행은 일상에서 채우지 못한 자극을 누가누가 많이 빠르게, 채우는지 겨루기하는 장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행. 그러니까 놀기로 마음 먹은 시간. 그 시간에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놓아보는 것도 지천에 깔린 자극만큼 충만함을 안겨줍니다.
혹시 여행을 준비중이신가요? 그렇다면 몸은 피로하고 마음은 아쉬운 어떤 날. 하루쯤은 과감하게 멈춰 보는 건 어떠세요? 어릴 땐 일상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게 된 것들. 혹은 일상중에는 쫓기듯 해왔지만 여유롭게 누리고 싶은 것들.
오래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보거나, 미뤄뒀던 생각을 노트에 정리해 보거나, 뒤죽박죽 사진첩을 정리해 인쇄를 맡겨보거나, 창문 활짝 열어두고 낮잠을 잘수도 있겠죠.
어쩌면 여행지에서는 이런 선택이 아찔한 액티비티를 선택하는 것보다 큰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큰 용기에는 큰 보상이 따르잖아요. 한 번쯤 시도해 보세요. 시시하기 짝이 없는. 그래서 자랑하고 싶은데 자랑할 것도 없는. 그래서 더 나에게 집중하게 되는 시간을.


